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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20:58

게임 이미지 단상 - 2012.02. dev_logs2012.02.08 20:58

약 10여년 전, 지금처럼 차세대급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던 패키지 게임 시절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스토리가 우선되어 기획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픽적인 표현에는 한계가 컸고, UI라던지 시스템의 유저경험 흐름도 현재의 게임들처럼 유연한 절차적 구조를 지닌 경우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스토리는 플레이어에게 깊은 인상을 전달할 수 있는 무기이자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구였다. 이런 스토리들은 오히려 단순한 그래픽에 재해석의 여지를 남겨, 전통적인 JRPG 강자였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나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는 아마노요시타카와 토리야마아키라의 일러스트를 통해 플레이어가 좀더 다양한 자기만의 해석으로 상상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이는 다양한 원소스멀티유즈로 발전해 프로덕트의 생명력을 늘리면서 그 부가가치를 높여주기도 했다.

필자가 참여했던 악튜러스라는 게임의 경우에도 실제 게임에는 수많은 도트 애니메이션으로 연출되는 2D 캐릭터와 대화창 일러스트가 등장할 뿐이지만, 광고와 게임 패키지에는 석정현(stone) 작가와 임학수(maxxsoul) 작가의 게스트 일러스트를, 게임용 오프닝 영상(양철집 제작)에는 이온플럭스의 피터정 감독과 작업한 애니메이션을 도입했던 바 있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실제로는 조금 어두운 스토리를 갖고 있음에도 게임 그래픽 자체가 밝은 편이라 잘 전달되지 못했던 컨셉 이미지를 좀더 유연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덕분에 게임의 스크린샷만 보던 일반 유저들에게 아래 같은 일러스트는 다양한 재해석의 여지를 끌어내 이슈를 만들기도 했고, 오프닝 영상에서는 제시된 인물 관계 속 스토리를 피터정 감독이 너무나도 창의적으로 재해석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토리보드에서부터 마리아가 엘류어드의 채찍질에 단발머리로 컷트!!때문에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절대 수정을 안해주던..

Arcturus ⓒ Gravity&Sonnori / Guest Illustration by Maxxsoul

이 방식은 이후 라그나로크 온라인 개발에도 적용되어, 원작자인 이명진 작가와 스튜디오 소속의 일러스트레이터를 비롯해 팬아트 공모전을 통해 알게된 국내 작가들 중 일부를 게스트 일러스트레이터로 초빙해 함께 작업했었고, 게임용 오프닝 영상(매드하우스/drmovie 제작)에서는 천공의 에스카플레너의 노부테루유키 작감, 블러드:더라스트뱀파이어의 기타구보히로유키 감독과 함께 제작한 애니메이션으로 프로모션 하기도 했다. 당시 구현 한계 상, 영상처럼 박진감 넘치는 파티 전투는 게임에 없었지만 ㅠ_ㅠ 이후 이러한 시도는 일본에서의 흥행을 바탕으로 해 라그나로크:디애니메이션으로 연계되기도 했다. 게임은 정말 단순한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유저들 각자의 모험을 표현해주었지만, 그 하나하나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집어넣어 또 다른 이야기로써의 세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근래 게임들의 이미지들을 보면 대부분 3D 렌더링 화면을 멋지구리하게 배치해 쓰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다.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은 2D 애니메이션 스타일이 아닌 이상 많이 찾아보기 힘들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인-게임은 이미 사진만큼 디테일한 고퀄리티의 비주얼을 연신 뿜어내고, 영화 같은 연출과 화려한 볼거리로 흥미를 유발한다. 이제 2D냐 3D냐를 굳이 나누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그 자체가 완성된 하나의 씬이다. 하지만 그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칠만한 개입은 막아버리는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스토리로써 그 뒤에 숨겨진 내러티브에 대한 상상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예전처럼 몇 프레임 안되는 모션만으로도 온갖 이미지를 떠올리며 꿈을 꾸게 하던 그 시절이 왠지 아쉽기도 하다.


Posted by JC Shin quve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