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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9 12:35

퇴사 / 2012.08. life_logs2012.07.09 12:35

만 7년 넘게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플레이엔씨를 만드는 과정에서 스매쉬스타 초반에 합류했던 것이니 벌써 세월이 이렇게나. 그간 연인과의 헤어짐도 있었고 새로운 만남도 있었고 결혼도 했고 암 수술도 했고 재발도 했고.. 참 많은 일들이 휙휙. 미국에서 돌아와 회사에 면접보러 다니던 2005년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주저없네. 그때 넥슨을 갔더라면 어떻게 바뀌였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PC방 사태 때문에 회사가 셧다운해 면접이 계속 미뤄져 엔씨에 갔던거라..)

 

스매쉬스타 이후 몇개의 내 프로젝트와 회사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었지만 어느 하나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직 진행 중인 메탈블랙의 경우는 예외로 치더라도) 아무리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을 했고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해도 이건 분명 마이너스. 하지만 그것보다 다시 같이 일해보고픈 사람이 너무 많음에도 나가게 된 것이 가장 아쉽다.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셨던 동료분들께 참으로 미안하고 그렇다.

 

잉여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자니 투병하느라 집에 쳐박혀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어 참 별로다. 물론 지금도 항암 치료는 계속 받고 있지만 그때만큼 정신이 피폐해져있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생각만 많아진다. 원래 잘 후회하는 성격은 아니였는데 요즘엔 옛날 생각하면 참 슬퍼지네. 그땐 멀쩡했고 지금은 계속 투병 중이기 때문인걸까, 아님 그때의 애인이나 친구들이 지금은 내 곁에 없기 때문인걸까.

 

문득 생각나 버킷리스트를 써내려가다보니, 일에 대한 얘기보다 여행에 대한 얘기가 더 많다. 정신 상태가 많이 지쳐있긴 지쳐있나보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기에 여행을 하고 싶어도 극도로 줄어든 몸무게에다 체력이 후달리니 장기간이나 먼 곳의 여행엔 방법이 없네. 참 부질없다싶긴 해도, 다른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비전을 만나 머리를 굴릴 수 있기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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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C Shin quvelab
2012.06.25 11:53

단상 / 2012.06. life_logs2012.06.25 11:53

넥슨의 엔씨 주식 인수를 두고 온갖 소문만 난무하는 가운데, 내부 구조 조정에 의해 당장의 미래를 잃어버린 (특히 리더급) 개발자들은 반쯤 패닉 상태. 대부분 캐주얼/모바일 개발 쪽이고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들이다. 나 역시 8년을 이 회사에서 일해왔는데, 문득 더 이상 내가 가져갈 몫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母팀이 접힌 것도 아니고, 일단 지금의 기회가 무효화 된 것도 아닌데 나는 왜 멘붕인 것인가. 정말 다양한 장르로 모두 프로토타입 이상은 개발했었고, 오픈베타 중 엎어진 게임도 하나, 프리-프로덕션 막바지에 엎어진 게임도 하나. 정말 많이 공부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사람을 통해 배우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과 방법, 기회를 얻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돌아온 길을 돌이켜봐도 사실 (리드 게임디자이너 입장에서) 회사 보안 상의 이유로 이력서에 쓸 내용, 보여줄 내용이 없다는 것을 아프게 깨닿게 된다. 어떻게 보면 여러 번의 고마운 기회들을 내쳐버리고 건강도 잃은 상태에선 늦은게 아닐까 싶지만, 이제라도 변화를 주어야 할 시기라는 생각도 든다. 빨리 만드는 사람,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 신뢰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정말 게임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 평가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의 눈치를 보며 따라야 하는 삶이 아닌, 내가 주체가 되어 싸우고 쟁취해 얻어내는 능동적 삶을 살아야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기회에만 감사하고 쫓아가기엔 비대한 조직 내에서 프로젝트의 한계가 명확히 보인다. 싫은 소리 한마디 듣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꾸할 수도 없다. 회사가 그렇게도 원하고 지원하는 대작을 개발해온 인생이 아니기에, 작더라도 알차고 가치가 있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다.

 

어떻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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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C Shin quvelab
2012.06.22 15:54

게임 디자이너의 요건 game_dev2012.06.22 15:54

게임 디자인을 위해서 기획자가 가져야 할 능력에는 참으로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시작'을 위해 필요한 자질은 다음 정도로 추릴 수 있을 것 같다. 6개 정도로 끄적였었는데 길게 글 쓰면 꼭 지루해지기에 4개 정도로 추려보니...

 

창의력, 통찰력, 표현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써놓고 보니 수많은 책들과 인터뷰에서 중복적으로 발견되었던 요소들인지라 '나만의 정의' 뭐 이런 것도 아니기에 '유일한 정의는 이거다!!'라고 할 수도 없으니 그냥 봐주시면 될 것 같..;;

 

1. 창의력 / Creativity

 게임 디자이너는 '무엇 what'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창의, 창조 Creation'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다기 보다는 끝없는 관찰과 사고를 통해 어떠한 대상/기능/목표가 분해되고 조합되어 도출되는 아이디어에 기반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단순히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생각'에 그친다면 그것은 창의을 발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창조하는 힘 = 창의력'이란 정의에 비춰보건데, 자신이 상상해낸 아이디어를 '재미'에 대입하여 구체적인 '무엇'이 되어갈지를 찾아가고 정의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관찰을 통해 각종 게임/사물/사고를 분해하고 혼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보고 이를 구체화해 글, 이미지, 영상 등의 '공유될 수 있는 형태'로 재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2. 통찰력 / Insight

 그러나 자신이 생각한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자신의 기준이 아닌, 함께 개발하는 동료의 시각 혹은 그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사용자의 시각을 통한 객관화를 통해 그 경험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학습과 도전, 그에 대한 성취를 의도에 맞게 가져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의 반복이 몰입(Flow, Gamification & 소셜게임 내 역자 주 참조)으로 연계되어 갈 수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예측은 비전 단계에서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SWOT을 통한 경쟁력 측정, 사용자의 니즈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예상되어 소요되는 비용과 그 효과, 성공 가능성까지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도록 분석되어 통찰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이 아닌 일반적인 기획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유사 기능 혹은 유사 경험 요소에 대비해 어느 지점에 있는지에 대한 포지셔닝과 경쟁 상대에 비해 어떤 우위를 점할 수 있는지, 어떤 목표 혹은 유니크한 요소가 차별성을 줄 수 있을지에 기반해 '그러므로 이렇게 해보자'의 제안으로써 던져질 수 있어야 한다.

 

3. 표현력 / Expression

 이전의 글들에서 스토리텔링과 사전영상화 관련 글에서 누누히 강조했듯, 하나의 이야기(혹은 비전)에 대해 떠올리는 각자의 추상적인 느낌은 매우 다르다. 따라서, 그에 대한 초석을 닦아야 할 기획자 입장에서는 어떠한 목표 혹은 what을 일반화 해 구체적으로 같은 이미지를 그려감으로써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제작할 요소에 대한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기준이 될 수 있어야 하기에, 이미지 혹은 영상 같은 형태로 제안될수록 좋다. 포토샵으로 가상의 스크린샷을 만든다든지, 파워포인트로 기능의 목표와 구성/흐름을 제시한다든지, HTML이나 Visio 문서를 통해 FSM이나 UML 형태로 흐름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든지, 플래시 혹은 프리미어/애프터이펙트를 통해 편집된 무비클립으로써 직접적인 행동 혹은 조작 경험에 대한 가상의 영상이 될 수록 점점 공감할 수 있는 표현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

 만약 그런 것들보다 '텍스트'의 형태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예쁜, 스타일리쉬한' 등의 형용사적 서술보다는 명사(기술 혹은 정의)나 서로가 알고 있는 대상체(벤치마킹)로써의 서술되는 것이 조금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에서 주의할 점은, 기획자보다 더 전문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담당자의 업무 범위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UI 디자이너에게 보내는 기획서에 '폰트는 맑은고딕 16px로, 꼭 drop shadow 해 잘보이도록  예쁘게 잡아주세요' 같은 식의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4. 커뮤니케이션 / Communication

 게임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안을 심상화 하고 그 구체적 결과물을 동작하고 상호작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 디자인은 이 모든 과정에 있어 비전을 만들고 그를 구동시킬 로직의 목적과 뼈대를 제안하고 구현하도록 진행해야 하므로, 설계 단계부터 모든 구성원과 공감대를 만들어 끊임없이 서로가 논의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제시'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시가 아닌 '제안'을 함으로써 유관된 개발자가 직접 그에 맞는 목표를 그려보고 더 살을 붙여 제안할 수 있도록 유도해 가는 것이 좋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설득'의 과정이 끊임없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협력자가 늘어갈수록 개발의 난이도는 낮아지고 성취감은 높아진다.

 즉, 일방적인 강요보다는 상대의 역할과 능력을 존중하며 그 목표와 입장을 이해하고 그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좀더 유연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어떤 것 보다도

 게임 디자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에게 목표를 제안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함께 달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진행하는 형태가 되어야 반복 개발의 압박 속에서도 서로가 신뢰를 쌓고 함께 피로를 해소하며 진행되어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JC Shin quve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