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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6 16:16

공간 최적화로 레벨 디자인하기 game_dev2012.04.16 16:16

게임 UX 기획 마지막편을 남기고 개인적인 이유로 한달여간 쉬게 되었습니다. 원고를 위해 키워드들은 정리해 놓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건지 마무리를 빨리 못짓겠네요. 그래서 이번엔 잠시 다른 얘기를 써볼까 합니다.

 

국내에서 액션이나 RPG를 위시한 게임의 개발 기획 영역은 크게 시스템 디자인과 컨텐츠 디자인으로 나눕니다. 이 중 컨텐츠 디자인은 아이템이나 스크립트, 레벨 등등 포괄하는 범위가 좀 넓은 편이라, 그만큼 다방면으로 얽혀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레벨 디자인 같은 경우는 그 범위가 크고 아름답기에 아예 시스템/컨텐츠와 비등한 단계로 보기도 하지요.

레벨 디자인은 공간을 만든다는 부분에서 그래픽 파트와 얽히고, 상황에 따른 분기나 이벤트 트리거 등을 설치한다는 측면에서는 스크립트 파트와, NPC나 오브젝트를 배치하고 전투를 구성한다는 측면에서는 AI 파트와, 배치된 개체들의 속성값과 변수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시스템 파트와도 얽힙니다. 그만큼 실질적으로 플레이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체험하게 될 게임 플레이를 만드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의도가 분명하게 들어갈수록 재미있어지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Halo / Top-Down Level Design

 

레벨 디자인의 본질은 캐릭터가 놓여지고 이동하게 될 동선으로 구성된 입체적/평면적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NPC나 오브젝트 등의 대상을 배치함으로써 플레이어의 행동을 촉발시키고 다변화시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 위를 이동하면서 길을 찾거나, 주변을 배회하는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피하고, 주변의 환경을 조사해보고 채집하거나 봉인을 푸는 등 캐릭터의 성장과 수집에 필요한 시간을 소요시키는 공간으로써 사용됩니다.

플레이어는 이렇게 준비된 레벨을 플레이하면서도 최소의 시간과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합니다. 자신의 캐릭터 레벨이나 퀘스트 상황에 맞춰 필요한 곳에서는 사냥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빨리 이동하려고만 할 것이고, 사냥을 한다면 가장 짧은 시간 내 처리할 수 있도록 몬스터의 특성을 파악해 장비를 맞추고 스킬을 사용할 것입니다. 맞닥뜨린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적합한 대응을 하는 행위를 메커니즘으로 본다면 '최적화'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랄프코스터의 재미이론에 따르자면, 주어진 난관을 학습과 도전을 통해 극복했을 때 보상하는 형태로 재미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난관을 맞닥뜨리게 되면 긴장하게 되고, 난관을 해소한다면 이완하게 되는 인간의 심리와 연계되는 것이겠죠. 게임에서는 몬스터 혹은 트랩, 심지어는 적대 세력 같은 대립되는 상대가 등장해 캐릭터의 진행을 방해하려 합니다. 이러한 요소를 거리 관계에 대입해 본다면, '적'이 가까이 온다는 것은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반대로 '적'이 멀어진다는 것은 '내 피해를 줄이면서 대응할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레이어를 이완시키는 형태로 그려지게 됩니다. 거기에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몬스터나 트랩은 플레이어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켜 드라마틱한 대응을 요구함으로써 재미를 끌어올리게 되죠.

 

 

이러한 거리 관계 메커니즘은 Vector Poem의 Coelacanth : Lessons from Doom(1993)라는 글을 통해 아래처럼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Doom (1993) Level Design

 

- DOOM의 플레이는 근래의 현실적 FPS와는 달리, 추상적인 액션 자체에 집중해 있다

- 내 행동은 빠르지만, 상대는 느리게 행동하는 주제에 되도록 나에게 근접하려고 한다

- 날아오는 발사체를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슈팅 플레이를 갖는다

> 따라서, 유저는 상대 개체/그룹과 거리를 유지해가며 효율적으로 때려잡아야 한다

 

하지만 FPS나 TPS처럼 시야 내에서의 거리 관계를 통해 기민하게 행동해야 하는 액션 게임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MMORPG를 하더라도 파티 플레이에서 몬스터 그룹이나 AI를 고려해 마킹하고 매즈하며 진행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동일한 메커니즘이 분명 그 안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리와 긴장의 함수 관계에 다양한 변곡을 줘 그 재미를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긴장과 이완을 조율하는 확장적인 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일단은 가장 대표적인 방해 요소인 몬스터의 다양한 속성을 통해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에 따른 선공/비선공을 비롯해 이동 방식의 차이 및 접근 속도, 원거리/근거리 공격, 일정 거리 유지, 추적 같은 고유의 값이 차등화 되고, 그런 다양성을 갖는 몬스터가 어떻게 조합 배치되며 스폰되는지에 따라 같은 공간에서도 상당히 다른 변주를 가능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아래의 공간 최적화 변주의 기준을 본다면, 더 많은 기준들을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거리형 : 인지 거리/각도 안에 들면 인지한 대상에 다가오거나 도망, 거리를 유지하며 이동 공격해 공간 최적화를 방해

  예) 스타크래프트 : 닥템으로 히드라 썰고 싶은데 얘들이 자꾸 도망가면서 침 뱉어서..

- 상태형 : 갑자기 캐릭터를 붙잡거나 매즈를 걸어 잠시 이동불가 혹은 상태이상을 촉발해 공간 최적화를 방해

  예) 던전앤파이터 : 냉기 걸리면 좌우이동 연타해야만 이동불가가 해소..

- 이동형 : 밀거나 당기는 형태로 캐릭터의 위치를 직접 옮김으로써 캐릭터의 공간 최적화를 방해

  예) 레프트4데드 : 스모커가 갑자기 파티 한명 잡아 당기면 어딨는지 찾느라 정신이 아득..

 

하지만 전투 중 짜증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플레이어가 인지할 수 있는 범위 혹은 시야 내에 문제의 원인이 보여질 수 있도록 레벨 디자인 되어야 합니다. TPS나 FPS 시점에서는 시야 범위가 한정되기 때문에 L4D에서 스모커가 날 붙잡던지 어디선가 부머가 오바이트 하면 순간 놀라 카메라 돌려서 어느 쪽인지 확인하려고 더 긴장감을 주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근거리/원거리 몹을 조화롭게 배치하지 못하고 언차티드3의 배 무덤처럼 스나이퍼 몹만 죽어라 리스폰한다던지, 에어리언브리드3처럼 쿼터뷰인데 화면에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 있는 몬스터가 쏜 발사체가 날라와 나를 맞춘다던지 하는 부분 = 나의 피격 원인을 곧바로 파악할 수 없는 배치와 몬스터의 공격 범위 등은 그저 짜증만 유발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를 통한 공간 최적화 변주와 마찬가지로, 지형과 지물을 통해서도 플레이어의 공간 최적화 욕구에 허를 찌르는 긴장 구성을 의도할 수 있습니다. 시점 상에 가려지는 사각 지대 영역을 동선 상에 배치한다던지, 층 혹은 높이에 의해 나뉘어 있어 곧바로 확인해 볼 수 없는 지형 같은 구성을 통해 거리와 인지 관계의 변주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이 지형/지물의 구성을 동적 사물 혹은 몬스터 스폰과 함께 사용함으로써 난이도와 소요 시간을 쉽게 조율할 수도 있습니다.

 

- 제약형 : 이동 경로 앞/뒤를 차단해 강제적으로 좁은 지역 내 마음대로 이동 못하게 만들어 공간 최적화를 방해

  예) 데빌메이크라이 : 특정 공간을 쪼개서 그 안에 몹 다 잡기 이전엔 앞으로도 뒤로도 못나가..

- 함정형 : 주기적으로 발동되는 바닥 트랩이나 무빙 타일을 이용해 타이밍을 잡아 움직이도록 공간 최적화를 방해

  예) 마비노기영웅전 : 회전 칼날이나 가시 톱니바퀴가 움직이는 패턴 파악하고 움직여야.. 몹에게 역이용 가능!!

- 전선형 : 캐릭터의 경로/위치에 따라 몹이 포메이션을 형성하고 스폰함으로써 전선을 형성해 공간 최적화를 방해

  예) http://www.slideshare.net/aishop/ss-10222052 이 좋은 글을 읽어보시면 레벨 디자인 총정리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할 때 무의식적으로 공간을 최적화 하려는 방법을 기준으로 삼아 그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게임 플레이를 기획하는 접근이 더 재미있는 게임 디자인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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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C Shin quvelab
2012.03.06 17:00

STICK! likes2012.03.06 17:00




하이컨셉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한창이던 2008년 말 즈음이였나.. 포지셔닝, 티핑포인트 등등의 책과 함께 많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줬던 책. 그러고보니 처음 구매할 땐 주홍색 표지였던것 같은데 싶어 출판사가 바뀌었나 했더니 개정증보판 나오면서 표지가 바뀐듯 싶다.

말콤글래드웰의 책 '티핑포인트'와 더불어 다루고 있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메시지(혹은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를 좀더 자세하게 정의하고 만들어 나가는 방법까지도 6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다른 것보다도, 각각의 예시들이 참 괜찮은 편이라, '09 NCDC(NC developers Conference)에서도 '하이컨셉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주제로 강연할때 참고해 소개했었다. 너무 노골적으로 소개하는 바람에 책 장사꾼 같다는 피드백까지 들었었던;;;;

처음 이 책을 읽고 당시 프로젝트와 직후 프로젝트에서 시도했던 몇몇가지 High Level Driven의 기획 방법들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성과를 얻지는 못했었기에 그 시행착오들을 하나둘 쌓아놨었는데.. 이제야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때의 시행착오들을 꺼내보고 있는지라, 문득 기억 속에 희미해진 이 책의 내용들이 그리워진다.. 근데 어디 놨는지 못찾겠어.. ㅠ_ㅠ

yes24에서 뭔 행사인지 50% 할인해서 싸게 팔고 있으니 기획 관련된 분이라면 한번쯤 사보시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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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C Shin quvelab
2012.03.02 16:12

게임 UX 기획 - 04. prototyping 上 game_dev2012.03.02 16:12

01. what
02. how
03. storytelling
04. prototyping

참 지루하고 재미없던 4회짜리 연재가 드디어 끝나간다!! 다시한번 재미없는 중년남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에 조금 자괴감도 들긴 하지만, 애초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잘못된 만남이였을지도 모르겠..
게다가 쓰다보니 전공 분야도 아닌;; 프로듀싱과 얽히는 내용까지 끄적이는 바람에 내용이 지루하게 길어져서;; 너무 길어지면 아무도 안읽을까봐 핑계삼아 프로토타이핑은 2번에 나눠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어쨌든 프로토타입. 게임으로도 동명의 게임이 출시된 바 있지만, 어떻게 보자면 참 공대스러운 단어일수도 있는데 우리가 참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 단어이기도 하다. 뭔가 만들때 실험삼아 먼저 만들어 본 목업(Mock-up)도 프로토타입이라고 하고, 테스트를 위해 제작된 여러가지 구동되는 샘플들도 프로토타입이라고 하고.. 사전을 뒤져보면 '원형(原型)'이라고 뜻이 뜨는데, 이걸 또 굳이 해석하자면 '본래의 모습' 정도이려나;; 어쨌든, 최종 단계에 이전에 어떤 목적을 갖고 구현된 구체적인 모습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풍동실험을 위해 만들어진 2009 Tesla Roadster Sport의 프로토타입 목업. 갖고싶..

게임 개발에 있어 프로토타입이라는 것도 사실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한정해 프로토타이핑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앞에서 다룬 의미와는 조금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목적이나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의 수준이 최종 단계 이전의 구현된 구체적인 모습보다는 상상해보았던 기술적인 혹은 기능적인 메커니즘을 실제로 구현해 게임으로써의 가능성을 검증하거나 보완해내기 위한 정도이거나, 실제로 어떻게 플레이 될지 혹은 어떻게 보여질지를 스케치나 영상, 혹은 시뮬레이션으로 구체화 함으로써 구현 이전에 방향성을 확인하고 더 재미있는 쪽으로 정리하고 확장해내기 위한 정도로 하나의 완성 직전의 모습보다는 굉장히 '부분적'으로 나뉘어있는 특정 단위로 만들어질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임의 프로토타이핑을 유저경험의 시뮬레이션이라는 전제하에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수많은 개발사나 프로젝트가 존재하는만큼, 정말로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 중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체험했던 큰 두가지 정도만 다뤄보고자 한다.
하나는 최종 단계에서 사용될 각 기능과 규칙 요소들을 순차적으로 실제 구현해가며 게임의 뼈대부터 차근차근 올려나가는 'Low Level Game Design'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최종 단계에서 플레이 될 유저경험을 예상하고 이를 우선적으로 각각 동시에 시뮬레이션 해본 후 그 중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방법만을 선별 구현해 추후 하나의 형태로 합쳐나가는 'High Level Game Design'의 방법이다. (각 용어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High-_and_low-level 참고)

전자의 경우는 의도하는 게임 플레이나 각 기능(우측 그림에서 수평적으로 배치된 각각의 Component)이 실제로 하나씩 완성되어가면서 개발되기에 시스템을 쌓아가며 비교적 일정을 준수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시스템 완료 후 정상적으로 동작하는지 QA와 그에 컨텐츠를 대입한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 적용한 후에나 유저경험의 감성적 품질을 확인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후자의 경우는 영상데모나 로직데모 등 작은 단위의 컨텐츠를 시스템 구현과 별개로 쪼개서 만든 목업(우측 그림에서 수직적으로 도려낸 The Slice)을 통해 유저경험의 감성적 품질을 예측해본 후 좋은 것만 선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목업에 있어 개발 일정이 지연되기 쉽고 이러한 각각의 조각난 목업들에 포함된 각 기능 단위의 완성된 시스템을 만들어 통합할 때 부하가 커지는 단점이 있다.

일부는 스크럼을 비롯한 애자일 개발도 프로토타이핑 방법 중 하나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위의 각 방법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의 과정에 대한 방법이 될 순 있어도 독립적인 하나의 전혀 다른 프로토타이핑 방법은 아니라 생각되어 여기서는 제외하였다.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Vertical_slice 이미지)


이 차이에 대한 관점은 아래 kotaku에 공개되었던 데몬즈소울 배급에 대한 소니의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발번역 죄송..)

In Japan, assets for a game are developed in parallel; in the U.S. "game development is typically a vertical slice."
Thus the early build, "the team tried to create a small piece of the experience that resembles the final product."

일본에서는 게임의 요소들이 병렬로 개발된다. (반면) 북미에서의 게임 개발은 전형적으로 수직형 조각의 형태가 된다.
그러므로 (북미 개발의) 초기 빌드에서 개발팀은 최종 제품과 닮은 (유저)경험의 작은 일부를 만들어내려고 한다.


Demon's Soul ⓒ From software

설명이 충분하진 못한 것 같지만.. 앞의 정의나 kotaku 기사에서의 요점은 일본을 위시한 Low Level 접근에서는 각각의 기능을 완성해가며 게임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때문에 최종 모습의 구체적 확인에 시간이 걸리고 그조차 제공되는 순서대로 볼 수 밖에 없는 반면, 북미를 위시한 High Level 접근에서는 각 기능 단위가 아닌 어떤 유저경험의 특징(?) 단위로 그 모습을 먼저 시뮬레이션 해보고 들어가기 때문에 좀더 최종 모습을 먼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특징이나 장르 혹은 팀의 상황 등을 고려해본다면, 두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최초에 제시된 비전 자체가 감성적인 유저경험보다는 어떤 로직적인 측면에서의 재미에 집중해야 하는 퍼즐 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에서는 Low Level의 프로토타이핑이 더 효율적이고 유용하다. 반면, 다양한 행동을 통해 진행되는 어드벤처나 RPG 같은 게임들에서는 어떤 행동들로 어떤 플레이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High Level 접근이 좀더 개성있고 차별화되는 프로토타이핑을 도와줄 것이다.
물론 이런 RPG류의 게임이라도 논타게팅, 던전메이킹, 소셜네트워크 연동 같은 기능적 요소에 치중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 그 또한 기술적 검증과 그로부터 파생될 재미와 가능성을 먼저 확인해 볼 수 있도록 Low Level의 접근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의 일반적인 게임 개발에 있어서도 대부분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렌더링, 컨트롤러, 로직 등 실제 구현에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씩 쌓아올려가며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Low Level 기반의 개발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마도 최초의 프로토타입은 이동과 기본 전투, 두번째 프로토타입은 레벨 구성과 스킬 전투 등등으로 각 기능을 순차적으로 개발하며 쉐이더와 라이팅도 적용해보고, 엑셀 연동 데이터 구조도 만들고 하는 식으로 개발해 나갔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처음 몇 번의 프로토타이핑은 매우 빠른 반복개발 속에서 점차 확확 달라지는 모습의 플레이 가능한 결과물을 도출해 몇 차례의 까다로운 초반 허들을 통과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의 맹점은 개발을 하면 할수록 기존에 완성된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나가는데 요구되는 시간과 자원이 계속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각자가 어떤 요소에 대해서 같은 상상과 느낌을 갖고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그럴 때마다 이미 프로그래밍되어 구현된 결과물이 기획에 맞네 다르네, 어쨌든 난 만들었으니 쓰는 사람이 값을 넣어서 수정해보던지 말던지 등등으로 사후 확인을 하는데 자원이 소모된다.

구현된 결과물을 함께 보고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디자이너 각각의 입장이 확연하게 갈리는 순간!!

또, 기획이 변경되거나 피드백의 벽에 부딪히게 될 때마다 요청되는 요소들이 구현된 기능 기반의 환경에서 추가할 수 있는 것인지, 예외처리를 해야하는 것인지 등등까지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검증하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예측 불가능한 수준으로까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마일스톤의 일정이 지연되다보면 허들을 통과하기 위해 보여줘야 할 부담이 누적되어, 리더의 입장에서는 전에 없던 어떤 것, 더 많은 기능 등에 집착하게 만들기 쉽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의 이런 변화는 사실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이미 구현된 시스템과 로직이 있는 상태에서는 허들의 피드백이나 팀이 당면한 상황에 맞춰 변경하고 빼버리고 전혀 다른 것을 추가하려는 시도의 반복 자체가 팀에 큰 부담을 안기게 된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프리-프로덕션에서도 플레이 데모 형태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굳이 어떤 게임 플레이로 유저경험의 재미를 살릴 것인지를 찾기도 이전에 프로덕션과 다른 없는 단계로 개발을 하면서 부담을 키워나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는 게임의 최종 버전을 예상하여, 어떤 플레이들이 유저경험으로 전달될 것인지를 먼저 쌓아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팀이나 프로젝트의 규모가 충분한 기간과 버짓, 인력을 통해 순발력 있게 프로토타입을 뽑아낼 수 있는 형편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준비를 먼저 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어떻게 플레이될 수 있겠다'에 대한 감성적 경험을 시각화된 형태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지루한 연재에서 의미한 '비전'이라고 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했던 프로덕티비티 퓨처 비전 같은 영상이 그 개념에 대한 감을 잡게 해줄 것이다.

원래 이번에 다루려했지만 괜히 잘 알지도 못하는 프로듀싱 얘기랑 엮느라 빼먹은;;;; 게임에서의 사전영상화(Pre-visualization)에 대한 얘기를 진짜로 다음에 꼭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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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C Shin quvelab